곁에, 있어 줄게요

(가톨릭평화신문)
 
‘위로의 평형’, 2015.


신주욱(펠릭스) 개인전 ‘곁의 온도: 위로(Consolatio)’가 스페이스 성북(서울 성북동 기도의 집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위로의 의미를 일상의 인물과 사물, 비유적 형상을 통해 풀어내는 자리다. 전시 제목에 담긴 라틴어 콘솔라티오(Consolatio)는 단순한 고통의 해소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회복되는 존재의 균형을 뜻한다. 즉 위로를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의 ‘곁에 있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경험으로 해석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 활동, 제주 4.3 사건 ‘무명천 할머니’ 추모제, 낙후된 마을의 벽화 작업 등 작가가 그동안 예술을 통해 실천해온 작업과도 일맥상통한다.

 
봄의 전령, 2023.


작품 자체는 무겁지 않다. 팝아트적인 선명한 색채와 굵은 윤곽선은 오히려 쾌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위로’를 담기 위해 개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사물, 친숙하고 조용한 관계에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물 캐릭터 역시 관계 그 자체를 상징한다. 서로를 향하거나 기대는 형상들은 구체적인 서사 없이도 ‘함께 있는 상태’를 드러내며, 이미지들 사이의 간격과 배치 속에서 지속 가능한 관계의 구조로 표현된다.

 
동행과 위로의 온도, 2026.

베들링턴_푸른 양 떼 목장, 2025.


전시를 기획한 홍희기(미카엘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단절이 일상화된 오늘날 관계가 어떻게 온기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며 “이는 위로를 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위로가 생겨나는 조건 자체를 드러내는 회화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작가는 졸업 후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후 예수살이 공동체를 만나 현대 사회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호흡과 철학으로 살아가는 삶을 실천해 오고 있다. 약 25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연스레 묻어난 신앙과 그 이미지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온도의 시작과 끝(A&Ω), 2026.


6일부터 2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766-3004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