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동산 대다수 시설, 불법 건축물
안전 점검 대상 미해당·화재 위험 노출
농지로 취득한 토지, 타 용도로 사용
양도세 혜택 위한 농업법인 설립 의혹
현금 자산 타 지역에 옮겼다는 증언도
정치인, 재단 활동·유튜브 채널 출연
가톨릭교회가 파문한 나주 윤 율리아가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기적이 아니라고 지침을 내린 교회는 다시 한 번 나주 성모 발현 추종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cpbc는 나주 윤 율리아의 실태를 파악하고 나주 성모 경당과 성모 동산에 잠입해 이들이 주장해온 초자연적 현상의 실체를 추적했다. 기적수 배포 등을 통해 물품 판매를 요구하거나, 이를 통해 현금을 끌어모은 정황에 이어, 불법 건축물에서 기도회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해 거짓 기적과 무허가 기적수로 현금을 모은 나주 윤 율리아((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측이 각종 부동산 취득과 편법으로 재산을 옮겨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정혜(개명 후 이름) 부부가 2020년부터 재단법인과 농업법인을 설립해 각종 세제 혜택과 재산 이동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재단법인 이사에 현 제1야당 미디어대변인까지 포함된 사실 역시 확인했다. cpbc 특별취재팀은 종교의 탈을 쓴 이들의 부의 흐름을 추적했다.
승인된 건물도, 농지로 활용되는 땅도 없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성모 동산. 이곳은 윤정혜가 조성한 곳으로, 나주 윤 율리아의 핵심 거점이다. 그들이 이른바 ‘비닐성전’이라 부르는 집회 장소에는 단층 건물 3~4채와 회색 가건물 2채, 비닐하우스 등이 마련돼 있다. 매달 첫째 토요일이면 추종자 300명 이상이 모인다. 집회는 첫째 토요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윤정혜도 매달 첫째 토요일이면 모습을 드러내 추종자들을 맞는다.
비닐하우스에는 ‘따뜻한 기적수’라 적힌 스테인리스 온수기와 필리핀 국기, 윤정혜가 기적을 증거하는 주장이 담긴 사진 등 곳곳에 자신들을 홍보하는 물품과 방문객들의 흔적들이 있었다. 윤 율리아 현상과 관련해 신심도구로 둔갑한 물품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비닐성전에만 5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내부에는 천장형 에어컨이 있고, 평상도 보였다. 윤 율리아 측 관계자는 지난 2월 “마루(평상)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앉아서 기도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지난 토요일에도 300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주 성모 동산 시설 대다수가 무허가 건축물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건물만 최소 5개 동에 달한다. 하지만 신고 등록된 건물은 관리실 1개 동이다. 이마저도 단독주택으로 신고됐다. 나주시 관계자는 “신광리 17-1 일원에 승인된 건물은 없다”고 말했다.
토지 자체도 농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토지 지목은 ‘전(田)’이다. 성모 동산 소유주인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은 농업인 자격으로 해당 농지를 취득했다. 국토계획법상 농림지역으로 구분돼 농지법 적용을 받는다. 농지법 제6조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른 것이다. 법무법인 정윤 소속 김한별 변호사는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라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농지에 비닐하우스는 얼마든지 칠 수 있다”며 “허가를 안 내주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기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동산 안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지만 성모 동산 주변에서 짓는다”고 했다.
불법 건축물이기에 종교시설처럼 안전 점검 대상도 아니다. 종교시설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수용 인원과 면적 등에 맞춰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 및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화재 대비 피난 동선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화재 대응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재석 본부장은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안전점검을 했고, 단 한 차례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비닐하우스에 무슨 스프링클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주 성모동산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원목 장의자와 냉난방기 등이 놓여있다.
법인 재산만 52억 원… 현금은 오리무중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는 2020년 1월 설립됐다. 법인은 설립 취지에 “나주에서 발현하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를 온 세상에 알리고 나주를 세계적인 성지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기재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재단의 기본재산은 약 34억 원이다. 재단은 성모 동산과 성모 경당 등 시설 관리 등의 운영을 맡도록 설계됐다.
대표이사는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이다. 지난 2007년과 2018년 언론사들이 탐사보도에서 김만복 일가 개인명의 재산을 지적하자 이후 법인 형태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 명단에는 윤정혜의 아들 김아무개씨도 포함됐다. 더불어 2024년 12월 농업회사법인 (주)마리아의구원방주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약 6억 원, 대표이사는 김만복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나주 성모 동산 일대에는 농업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 김한별 변호사는 “농업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다”며 “농지 거래를 할 때 지분을 쉽게 거래하려 한 정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율리아 측이 부동산 등 재산을 취득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려 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현금성 자산은 오리무중이다. 취재진이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을 통해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4년 결산 서류를 확인한 결과, 보유한 부동산 등 기본 재산 내역만 일부 확인된다. 이들이 신고한 법인 재산은 약 52억 원. 헌금 및 기부금 수입이나 성물 판매 등에 따른 현금 흐름은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의 현금성 자산은 깜깜이인 셈이다. 이마저도 부동산 등 재산 내역을 최초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재신고한 바 있다. 김재석 본부장은 “재산은 경당 건물 및 수녀원 건물 등 몇 채”라며 “땅 시세가 오르면 자연적으로 가치가 오르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현금성 자산을 타 지역으로 옮기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과거 윤 율리아 측을 촬영했던 제보자 김아무개씨는 “집회 이후에 헌금통을 쏟아보니 방 하나에 가득 들어찼다”며 “집에 있는 금패물을 전부 바치는 추종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나주 시내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면 구설수에 오르기에 광주 모처 은행으로 자금을 옮겼다고도 설명했다. 김재석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투명하게 하자고 해서 만든 것이 재단법인”이라고 해명했다.
권영현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왼쪽)이 나주 윤 율리아 측의 프로그램 ‘쇼미더 나주팩트’를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가운데)과 진행하고 있다. 마리아의구원방주 유튜브 캡처
이사로 등재된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재단법인 이사에는 현직 정치인도 포함돼 있었다. 권영현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권 대변인은 현재 국회방송 등 여러 시사프로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권 대변인에게 이 같은 사실을 묻자 처음엔 부인했지만, “옛날에 나주에 간 건 맞다”며 “자문을 맡아달라고 해 이름이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김재석 본부장은 “인터넷 분야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라며 “법인에 사내이사로 등재됐다”고 전했다.
마리아의구원방주 홈페이지에는 권 대변인이 이곳에서 활동한 기록들이 나온다. ‘남도타임스’라는 매체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그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기사만 7건이다. 그는 마리아의구원방주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해 8회 분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권 대변인은 2020년 12월 영상 ‘죽음에서 살려주신 율리아님의 대속 고통’에서 자신을 대구지부 권영현 마리아라고 소개한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박병규 신부는 “사회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참종교로 인정받기 어려운 종교에 휘둘리는 불상사가 더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