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 노동자’ 삶 비추다…「딸기 이론」

(가톨릭신문)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산문 부문 수상자인 김숨(모닌느) 소설가가 새 장편소설 「딸기 이론」을 펴냈다. 전쟁으로 터전을 잃은 디아스포라 난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각장애인 등 사회의 그늘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품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성 이주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다.

소설은 한 통의 긴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편지를 쓰는 이는 한국의 한 비닐하우스 딸기밭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여성 노동자 ‘샤빼’, 편지를 받는 이는 그와 함께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보파’다. 보파는 체류 기간이 지나 미등록 신분이 된 노동자로, 딸기밭 안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 놓인 인물이다.

작가는 샤빼의 편지를 통해 딸기로 시작해 딸기로 끝나는 이주 노동자의 시간을 따라간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빚을 내면서 익힌 ‘아름답다’ 같은 한국어는 딸기 앞에서 쓸 일이 없다. 어릴 적 선생님이 말한 “행복은 영혼의 훌륭한 행위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딸기 따기가 훌륭한 행위가 되기를 바라지만, 하루의 끝에 이들이 돌아가는 곳은 폐가를 개조한 숙소다. 그렇게 같은 일상은 5년, 10년 그 이상 이어진다.

샤빼와 보파의 삶에는 각자의 고국이 겪어 온 폭력의 역사도 겹쳐진다. 샤빼의 고향 미얀마에는 군부 쿠데타와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고, 보파의 고향 캄보디아에는 인구 4분의 1이 희생된 ‘킬링필드’의 기억이 드리워져 있다. 작가는 두 인물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한국 농촌의 노동력으로 불려 오고, 또 어떤 이름으로 지워지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책은 이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샤빼와 보파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동자이면서도, 욕망과 질투, 분노와 희망을 지닌 한 사람이다. 소설의 첫 문장 “나는 한 사람으로 왔어”는 이주 노동자가 단순히 노동력이나 숫자가 아니라, 고유한 역사와 감정을 지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한다.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소설 속 세계는 묻는다.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갈 것인가.

“보파,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이 발견됐대. 지구와 146광년 떨어진 그 행성은 딱 한 번 관측됐는데 쌍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지구와 닮았다고 해. 지구 어딘가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고 있어. 그리고 지구 어딘가에서는 인간이 우주를 들여다보며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찾고 있어. 친구가 되기 위해서.”(212쪽)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