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지은탁(김고은 분)은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의 만남을 청하며 기도하기 위해 한 성당을 찾는다. 제대 앞 촛불을 끄는 순간, 김신이 나타난다. 성당의 신성하고 고요한 분위기는 비현실적인 존재인 도깨비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극적 긴장감과 인물의 감정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 장면의 촬영지는 미리내성지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이다.
고딕 양식의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등 종교적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성당들이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비신자들의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이를 계기로 교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확산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은 올해에만 영화와 드라마 세 건의 촬영 섭외를 받았다. 과거에는 장례미사나 결혼식 등 종교 예식과 관련된 장면에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다양한 공간으로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전통적인 성당의 건축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되는 것이다.
미리내성지 박다미(가타리나) 사무장은 “<도깨비> 방영 이후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투어 일정 중 하나로 성당을 많이 방문했다”며 “성지 문화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드라마 촬영지만이 아니라 김대건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역사적 장소라는 것도 알 수 있어 직간접적으로 한국교회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2대리구 구산성당도 <에덴의 동쪽>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됐다. 1956년 건축된 구산성당은 벽돌로 쌓아 올린 고딕 건축물로, 6·25전쟁 이후 유행했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9년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개발이 추진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지만, 원형 보존 이축 공사를 추진한 덕분에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다. 고딕양식 성당 특유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움은 브라운관 속에서 더 빛난다.
최근에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과 제1대리구 안성성당이 건축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독특한 건축미와 역사적 의미로 관심을 모았다.
수원교구는 2023년 미디어 자문기구인 홍보위원회(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발족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활동 체계를 갖췄다. 교구 커뮤니케이션 체계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홍보위원회는 본당의 미디어 활동에 대한 1차 점검을 통해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을 지양하고 복음화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구 홍보국장 이철구(요셉) 신부는 “홍보위원회가 드라마·영화의 내용과 대사를 1차 검토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미디어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미디어를 통해 아름답고 멋진 성당을 보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방문한다면 선교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