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인정하지 않은 ‘베이사이드 성모 발현’ 추종자들이 성당 안까지 들어와 신자들을 외부 장소로 유인하거나 사제에게 직접 접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3월 29일 주일 서울대교구 A성당에 김 마리아 씨가 찾아왔다. 주일미사 후 성물방에서 성화 액자 두 개를 구입한 그는 당시 사무실에 있던 본당 주임신부에게 축복을 받았다.
낯선 신자의 방문에 신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자 김 씨는 “베이사이드 성모에서 왔다”고 답했다. 신부와 사무장이 즉시 성당 밖으로 안내하려 하자, 김 씨는 신부를 향해 “올바른 교리를 믿으세요!”라고 큰소리를 낸 뒤 자리를 떠났다.
A본당 사무장은 “팬데믹 이전에도 2~3년에 한 번꼴로 추종자들이 찾아오거나 주임신부 앞으로 유인물과 갈색 스카풀라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며 “신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는 경우는 봤지만, 신부에게 ‘올바른 신앙을 믿으라’고 고함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4월 초 서울대교구 B본당에서는 신자 유인 사례도 확인됐다. 베이사이드 성모 추종자가 성경 공부를 명목으로 동료 신자들을 외부 특정 장소로 데려가려 한 것이다. 해당 인물은 B본당에 교적을 둔 정 카타리나 씨로 확인됐다. 정 씨가 교적을 옮기자 B본당은 이웃 본당에 상황을 알리고 주의를 청했다.
베이사이드 성모 관련 신심은 1970년 미국 뉴욕 베이사이드 힐즈에 살던 베로니카 루에겐이 자신에게 성모님이 발현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루에겐 사후에도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어졌으며, 국내에는 ‘로사리오’, ‘미국의 루르드’, ‘미카엘회’ 등으로도 알려져 있다.
교회는 베이사이드 성모 발현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1986년 베이사이드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교구장 존 무가베로 주교는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과 협의를 거쳐 발표한 선언문에서, ‘발현들’에는 “어떠한 신빙성도 부여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도 1980년대부터 이에 관해 주의를 당부했다. 초대 인천교구장 고(故) 나길모(굴리엘모) 주교는 1981년과 1986년 공문을 통해 관련 유인물이 교회 당국의 인준을 받은 바 없고 내용도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7대 광주대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도 1988년 같은 취지의 공문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대구대교구와 수원교구가 베이사이드와 관련된 신심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최근 추종자들의 적극적인 포교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잘못된 성모 신심에 관한 교회 차원의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수원교구 용인 구성본당(주임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은 베이사이드 성모와 같은 이단·사이비 신앙에 주의를 당부하는 게시물을 성당 사무실 벽면에 부착하고, 올바른 신심과 성물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유희석 신부는 “이들은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사이비 교리를 주장하고, 모든 신앙 행위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 세상과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교회가 공인한 신심 운동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면 먼저 사목자에게 문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펴낸 「올바른 성모 신심」은 “병 치유나 기적적 현상에만 집착하여 성모 발현과 메시지만을 신앙생활의 전부로 착각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교회는 성모 공경을 발현이나 기적 현상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공적인 전례 안에서 신앙생활의 힘을 얻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