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호스피스 확대’엔 공감… 연명 의료 중단 ‘말기 확대’엔 신중
(가톨릭평화신문)
정은경 장관
간병인 급여화·병상 확충 추진
연명의료 중단 시기
‘임종기’서 ‘말기’로
의료계·교계
‘호스피스 확대’에는 긍정
연명의료결정 시기, 신중해야
안락사로 흐를 위험 지적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부터 요양병원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존엄한 죽음’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호스피스는 질병 증상 조절 등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 향상을 돕는 의료 서비스다. 말기환자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이들 등이다.
다만 정 장관은 호스피스 병동 확대를 바탕으로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현재의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도 언급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 장관은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의 ‘요양병원 호스피스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요양병원 내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해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간병비 급여화’, 호스피스 수가 신설 및 인력 확충 등이 추진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과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종합하면 2024년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행한 환자는 7만 61명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호스피스 이용 후 사망 환자는 2만 1981명에 머물렀다. 임종기 돌봄 수요 증가 속도를 호스피스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호스피스 확대 자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연명의료결정 시기를 앞당기는 논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철(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교수는 “호스피스 이용률이 30%도 안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은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현재의 호스피스 인프라에서 연명의료결정 시기를 말기로 확대하면, 환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이어 “요양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을 늘리더라도 적절한 시설·인력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강조했다.
실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규칙상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의사 또는 한의사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0명당 전문의 1명 이상을 둬야 하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별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연명의료의 결정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신부는 “연명의료결정 시점을 ‘임종기’로 정한 것은 말기환자라 하더라도 환자별 건강 상태와 치료 가능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며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실제로 이로운 방향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만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할 경우 제도 취지가 안락사와 같은 반생명적인 방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석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신부 역시 “교회는 주관적 느낌이 아닌 의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회복 가능성’과 ‘치료의 유효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사랑을 동반하는 의료’, ‘돌봄’을 꼽았다. 김 교수는 특별히 ‘가정형 호스피스’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호스피스 형태는 가정형 서비스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많은 환자가 삶의 마지막을 익숙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길 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가정으로 돌아온 후 간병 부담이 가족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병동형뿐 아니라 가정형 호스피스에도 간병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에 대한 영적 지원을 비롯해 가족에게도 마지막을 지킬 수 있도록 휴가 등을 지원하는 ‘진정으로 존엄한 죽음’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된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