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선종완 신부는 한국 최초 근대적 성서학자”

(가톨릭신문)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브리어 성경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고(故) 선종완 신부(라우렌시오, 1915~1976)를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틀어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학자’로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번역 당시 성서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번역본의 해제와 서문 등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선종완 신부 시복추진위원회’는 7월 11일 경기도 과천 수녀회 본원 성당에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욥) 주교를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 시복추진위 위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은 선종완 신부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번역한 성경 「선종완 역」에 대해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성경 종합 해설서이자 편리한 주석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구원은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연구 성과를 다룬 점을 보면, 1943년 비오 12세 교황이 성경 연구에 관한 내용으로 발표한 회칙 「성령의 영감」에서 1962년 개회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이어지는 성경 해석에 대한 관점에 충실하다”며 “일부는 공의회보다도 앞서간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출기와 여호수아기에 대해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관점으로 설명한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도 ‘야훼’라는 용어를 성경 원어적으로 고찰하고, 성경과 자연과학의 관계와 성경의 역사성에 대한 현대적 쟁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주 연구원은 또 선종완 신부가 약 6년간의 유학 시절 동안 정리한 ‘유학 노트’ 44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노트들은 그가 한국인 최초로 근대적 성서학자로서 체계적으로 준비된 지성이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며 “한국 신학사는 물론이고 한국 인문학 연구사에서 보더라도 독보적이고 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 연구원의 발제와 함께 한국교회사연구소 이민석(대건 안드레아) 교수가 선종완 신부를 한국교회사의 맥락에서 조명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 이환진 목사가 ‘동아시아의 예로니모’로서 선 신부를 조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선종완 신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창세기, 예레미야서, 애가서, 바룩서 등을 히브리어 원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이후 1968년부터는 개신교와 함께 진행한 공동번역 작업에도 천주교 측 구약위원으로 참여했다. 선 신부는 성경을 학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삶과 신앙 가운데에서도 실천하기 위해 1960년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를 설립했다.

구요비 주교는 축사를 통해 “오늘 심포지엄은 단순히 한 성서학자의 업적을 정의하는 자리를 넘어 신부님이 한국교회에 남겨주신 말씀을, 사랑하는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자리”라며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신부님의 신앙과 열정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