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가정은 사목적 돌봄 대상 아닌 복음화 주체”

(가톨릭신문)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저출산과 혼인 감소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회가 청년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고, 가정을 사목적 돌봄의 대상이 아닌 복음화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10주년 기념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과 동방 가톨릭교회 대표들은 이번 모임에서 현대 가정이 직면한 도전을 살펴보고 새로운 가정 사목 방안을 모색했다.

이 주교는 교황청 방문 기간 중 아시아뉴스(AsiaNews)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의 가정사목 과제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의미, 순교 영성 등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주교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주요 과제로 저출산과 고령화, 혼인 감소,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 세대 간 신앙 전수의 약화 등을 꼽고, “우리는 가정을 단순히 사목적 돌봄의 대상이 아닌, 복음화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혼인은 이제 삶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주거비 부담, 취업난, 자녀 양육의 어려움 등이 청년들의 혼인과 가정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단순히 혼인하고 출산해야 한다고 말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이 주교는 “먼저 그들의 희망과 두려움,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들이 자신의 성소를 식별하고 사랑과 책임의 의미를 배워 나가도록 동반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27 서울 WYD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국가, 나아가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연대와 평화를 체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WYD는 한 번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청년들이 대회를 통해 얻은 신앙과 용기, 희망을 품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여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순교 영성에 관한 질문에 이 주교는 “순교 영성은 오늘날에도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뿌리”라며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신앙이 단순히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삶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순교 정신은 복음에 충실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일상의 선택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 주교는 한국교회의 종교 간 대화 활동을 소개하며, 각자의 종교 전통을 존중하면서 평화와 인간 존엄성,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는 ‘영적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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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