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레오 14세 교황이 5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강복하고 있다. 교황은 첫 인사말을 통해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전하며 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2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에서 젊은이의 희년을 맞아 로마를 찾은 100여만 명의 젊은 순례자들과 함께하는 밤샘 기도(vigil)를 마치고 젊은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OSV
100일의 리더십 분석
경청·성찰에 초점을 둔 시기
진중하고 차분한 모습 보여줘
전임 교황 발자취 따라가며
사도궁 복귀 등 전통 복원에 힘써
‘성찰적이고 평온한 리더십’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중재자’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00일 동안 보여준 리더십을 평가하는 말들이다. 5월 8일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은 16일 선출 100일을 맞았다. 외신들은 교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과 교회 내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전임 교황의 업적을 이어가며 교회 안팎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교황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사에서 올 여름 발간한 「케임브리지 교황사」의 편집자이자 교회 역사학자인 조엘 롤로-코스터(Joëlle Rollo-Koster)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지난 100일을 ‘경청하고 성찰하는 기간’으로 활용한 것 같다”며 “선출 초기 혁신적인 결정으로 주목받았던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과 달리 진중하고 차분한 모습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황은 선출 직후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며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교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다만, 롤로-코스터 교수는 “레오 14세 교황이 전임 교황과 다른 자세로 교황직을 수행한다고 해서 그가 전임 교황이 제시한 가르침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오산”이라며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따라 피조물과의 화해에 나서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돌봄을 강조하는 등 레오 14세 교황은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7일 카스텔 간돌포 찬미받으소서 학교 정원에서 열린 ‘가난한 이들과의 점심’시간에 참석자들을 맞이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OSV
존 카바디니(John Cavadini) 미국 노트르담대 신학 교수는 “수개월 동안 교황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교황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 선출 직후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전통 복원’에 나선 것”이라며 “그는 선출 직후 교황의 망토인 ‘모제타(mozzetta)’를 다시 착용하고 사도궁으로 복귀했으며 카스텔 간돌포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교황직무’ 자체를 존중과 경의로서 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결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황직무’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세상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선호나 행동 등을 바탕으로 교황직무를 정의하는 행태를 경계한 것인데, 보편 교회의 목자라는 자신의 직위 자체에 대한 교황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영성을 바탕으로, 교회 안팎의 일치와 친교를 지향하고 있는 교황의 의지에 주목한 의견도 나왔다. 미국 빌라노바대학교 부총장 케빈 데 프란지오(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신부는 “세상 사람은 교황을 보며 그가 ‘어떤 이데올로기를 지녔는지’ 관심을 가지지만 레오 14세 교황을 이념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교황은 지난 100일 동안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로서 세상과 교회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