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에서 탑에 성수를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OSV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 중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11~12일 카나리아 제도 방문을 마지막으로 6일부터 이어진 스페인 사도 순방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일주일간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 카나리아 제도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스페인 교회 사제단과 수도자는 물론 정치인·경제인·청년·노인·장애인·이주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인간 존엄이 존중되고 모든 이를 환대하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6일부터 사흘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사목 방문한 교황은 9일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다시금 평화의 복음을 선포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10일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성가정 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수 그리스도 탑’ 축복식.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하느님의 건축가’로 불리는 가경자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대표작으로, 교황은 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탑의 축복식을 거행하며 가우디 선종 100주년에 맞춰 성당의 외관 공사가 완료된 것을 축하했다.
교황은 미사에서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고루 사용하며 성당 외관 공사가 마무리된 것을 신자들과 함께 기뻐했다. 교황은 “착공 이후 오늘날까지 140년 이상 건설을 이어온 이 성당은 단순한 기념물을 넘어 하느님에 의해 완성되는 계획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상징한다”며 “이는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희망을 품고 있다는 증거라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1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그란카나리아 아르기네긴 항구에서 이주민들과 이들을 돕는 봉사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12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의 트리스토 데 라 라구나 광장에서 아기를 축복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12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에 위치한 이주민 센터를 방문해 이주민들과 센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OSV
교황은 스페인 사도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카나리아 제도를 찾아 이주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비극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랫동안 방문을 희망했던 곳으로, 레오 14세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전임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교회가 더욱 가난한 형제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황은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한 11일 가장 먼저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그란카나리아 아르기네긴 항구를 찾아 바다에서 사망한 이주민들을 위해 헌화하고 그들을 돕고 있는 교회 관계자·봉사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교황은 “지중해와 대서양이 이름 없는 무덤으로 변해가는 현실에 익숙해진 유럽은 인간 존엄성을 옹호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주 경로 확보, 밀입국 조직 차단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어 “인간 존엄성에는 ‘여권’이 없으며, 국경을 넘어간다고 해서 인간이 가치를 잃지도 않는다”며 “하느님께서 타인의 고통을 마치 나와 상관없는 일인 양 바라보는 냉담함에서 우리를 해방해주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교황은 또 이주민의 절망을 악용해 돈벌이하는 불법 이민 브로커 조직과 인신매매범 등을 ‘바다를 배회하는 괴물’이라 지칭하며 “가난한 이들이 착취와 망각 속으로 집어삼켜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순방 마지막 날인 12일에도 카나리아 제도 산타크루스의 테네리페 항구를 찾아 현지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며 “그리스도인들이 고통받는 이들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의 팔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이 섬을 이웃들의 다정하고 따뜻한 얼굴 안에서, 형제애 넘치는 공동체 안에서 예수 성심을 만날 수 있는 은총의 장소로 만들어 왔다”며 “앞으로도 이 사랑의 바다를 모든 이에게 활짝 열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숨 쉬듯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