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콜롬비아 칼리의 토레스 데 리모나르 건물에서 규모 7.4의 지진 발생 이후 구조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OSV
콜롬비아에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한 사제와 수도자가 무너진 성당으로 다시 들어가 지진 잔해 속 성체를 수습한 사연이 알려졌다.
미국 가톨릭 방송 EWTN 등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10일 바예델카우카주에서는 17세기에 지어진 로사리오의 성모 성당이 큰 피해를 보았다. 성당 감실 안에는 성 세바스티안 본당 주임 헤르만 안드레스 클라비호 신부가 로사리오의 성모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남은 성체를 모셔둔 성합이 있었다. 이를 떠올린 클라비호 신부는 지진 발생 직후인 오전 7시 34분쯤 마르셀라(거룩한 성체 공동체) 수녀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안에는 성합이 지진 잔해 속에 떨어져 있었다. 클라비호 신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성합은 찾았지만,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며 “성체 중 일부는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고 말했다. 여진의 위험 속에도 사제와 수녀는 성체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수습하며 기도를 바쳤다. 성체 조각들이 남아있을 만한 곳에는 물을 뿌렸다. 흙과 잔해에 섞여 있던 성체들은 물에 녹여 나무 아래나 화분에 부을 계획이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께서는 성체가 축성되는 순간부터, 성체의 형상이 존속하는 동안 그 안에 계속 현존하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77항)고 가르치고 있다. 「로마 미사 경본」도 성체나 그 조각이 떨어지면 경건하게 주워야 한다고 규정한다.(280항)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대학 신학교수 에드워드 맥나마라 신부는 “이는 주님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성체가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심하게 오염돼 영할 수 없는 성체는 물에 녹인 뒤 그 물을 일반 하수관이 아닌 땅으로 연결되는 성구실에 설치된 특별한 배수시설인 ‘사크라리움’(sacrarium)에 흘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에도 파리 소방대 군종사제였던 장-마르크 푸르니에 신부가 불타는 성당 내부로 들어가 감실에 모셔져 있던 성체를 모셔 나온 사례가 있다.
클라비호 신부는 “여진의 위험으로 긴박했지만, 성체가 땅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슬펐다”며 “성찬례는 사제의 삶이자 교회의 삶이며 우리의 중심”이라고 했다. 이어 “지진의 폐허 속에 모든 것을 잃은 이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기도를 바치겠다”며 “쉽진 않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하느님 손길로 모두 하나 되어 이 폭풍을 이겨낼 것”이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