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평화재단 고문 강우일(가운데) 주교가 4월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고문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는 “전쟁은 기념해야 할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불의와 윤리적 죄악”이라며 “우리는 인간이 저지른 불의에 대해 참회하며 이런 비극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각오와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4월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주례한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를 위한 추모 미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사는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 중부 민간인 학살 60주기를 맞아 민간인 피해자와 파괴된 자연을 기억하고자 마련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 이어지는 분쟁을 멈추고 평화의 뜻을 알리고자 봉헌됐다. 시민 약 200명이 참여했다.
한베평화재단 고문 강우일(가운데) 주교가 4월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6·25전쟁 시기 어린 시절을 기억했다. 강 주교는 “피란 시기 부산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 잊히지 않는 기억은 등하굣길에 있던 야전병원”이라며 “군인들의 외마디 비명과 신음이 고통스러워 한시라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뛰어간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에도 상이군인들의 모습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솟아오르던 것이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강 주교는 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부역자 처형, 공창 제도 등에 대해선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우리 역사의 단편”이라고 했다. 이어 참전 용사들의 피해도 언급하며 “베트남전 참전 미군 병사 30%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면서 “이라크·아프간 참전 용사 중 전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전사자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불의와 죄악의 열매다. 그 속에서 선하고 좋은 열매는 나오지 않는다”며 “전쟁은 결코 기념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평화의 제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미사 후에는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도 진행됐다.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는 “오늘 우리는 전쟁을 기념하는 성벽 위에 서 있으며 기념관에는 승리의 기록과 전사자의 훈장이 가득하다”면서도 “하지만 민간인 희생자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추모와 평화를 상징하는 베트남의 꽃 이름을 딴 ‘호아쓰’ 밴드의 노래공연과 작은형제회 정민휘 수사의 진혼무를 통해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