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빚은 신앙] 기록의 예술

(가톨릭신문)

사진은 발견의 예술이고 또 사진은 기본적으로 기록 예술이다. 사진 기록은 당대뿐 아니라 10년 20년, 아니 100년 200년 후의 후대들에게 조상이 살아왔던 모습을 증거하는 것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기록에 약했다. 특히 근대에 와서도 한국인 스스로 찍은 사진 기록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진에 관심 있는 신자로서 가톨릭출판사에서 발간한 흥미로운 사진집이 있다.


바로 「사진으로 본 백년전의 한국, 근대한국(1871~1910)」(김원모·정성길, 1985)이다. 200여 년 전 서구의 천주교 사제나 개신교 선교사들이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남긴 것을 세계 곳곳을 수소문해 찾아내 수록한 것이다. 이 사진집이 발행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다시 들여다보며 당시 조상들의 삶을 엿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사진을 정리한다면서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자손들에게 물려주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사진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진은 기억을 되살리는 최고, 최선, 진실의 기록이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러도 당시의 현재로 변함없이 진실을 증거한다. 당신이 남긴 사진 한 장이 당신을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으로 떠오르게 할 것이다. 당신의 생애에서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은혜를 베풀었던 일들이 감사와 존경심을 불러오게 할 것이다. 누구에겐 눈물겨운 그리운 기억으로 되살아 날 것이다. 사람은 하느님의 섭리로 창조된 귀한 피조물이다. 가치 없고 의미 없는 피조물은 하나도 없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바뀌면서 사진 찍을 기회가 갑자기 늘어났다. 초기 가족사진에 머물러 있던 단순 촬영에서 세상의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넓어졌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이 전부 피사체다. 24년 전, 수원교구 가톨릭사진가회에서 개설한 사진 교실에 등록해 6개월의 중급, 고급반 과정을 거치면서 사진 이론과 카메라의 설정법 등을 새롭게 배우며 실습을 통해 현장 학습을 익혔다. 사진을 찍으면서 시각적이면서도 먼저 마음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한다.


지도 신부님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 영성을 키우라고 강조하신다. 사물을 대하는 감성도 닦으면서 점차 보이지 않던 피사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 만물은 하느님의 피조물이고 풀잎에 맺힌 수정처럼 반짝이는 그러나 곧 사라질 아침 이슬 하나도 조물주의 섭리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영적인 마음의 눈으로 사진을 찍는다.



글 _ 김영덕 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