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돼!’라는 말은 없어요. ‘빨리빨리’라는 말도 없어요~”
“20분 걷는 거리는 30분으로 10분 늦게 걷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오늘 하루를 즐기세요.”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학교법인 사무국장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제주도에서 가톨릭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여 축제를 하는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내어놓으라는 압박(?)의 전화였다. 제주에서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을 관리하면서 터득한 아이디어로 하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내드렸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학생들 인솔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계획에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살짝 당황과 부담감이 생기고, 그러면서도 청소년들을 만난다는 즐거운 마음도 공유되고 있었다.
제주에서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예전 가나안 공소를 리모델링하여 제주에 오는 주일학교, 복사단, 청년 단체들이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 같은 피정 센터이다. 혼숨의 뜻은 ‘하느님의 숨결’, ‘큰 숨결’이라는 뜻으로 이곳에 오는 청소년, 청년들이 호흡 한번 길게 쉬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짓게 되었다.
처음엔 프로그램도 만들고 기본적인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였지만, 지금은 프로그램도, 규칙도 없다. 다만 “안 돼요~ 하지 마세요~”, “빨리빨리 하세요~”, “왜 그렇게 행동이 느려요”라는 말들이 나오지 않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늘 주변의 비교 대상이 되어 있는 청년들에게 ‘혼숨’에서도 똑같은 말을 듣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방문한 청년들을 통해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잔소리(?)를 멈추고, 청년들이 자유롭게 머물며 하고 싶은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2박3일 동안 방에서 잠만 자다가 집으로 돌아간 청년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올라간 일도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 다가가니, 의외로 청소년·청년들이 전보다 정겹게 다가온다. 물론 까칠한 친구들도 있고, 시선조차 주지 않는 친구들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 마음을 열면 더욱 대박이다. 얼마나 순수하고 이쁜 친구들인지.
그래서 제주에 온 가톨릭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고, 함께 걸어주고, 들어주면 되겠다 싶어 프로그램 인솔을 하게 되었다. 바다를 보며 걷는 30여 분의 시간. 그들은 어느덧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나중엔 끼리끼리 단체 사진도 찍는다. 가끔 위험한 곳에 올라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지켜만 본다.
잠시 머문 성지에선 짧은 기도를 하고 나오자는 말에 조용히 기도하고 나오는 학생들. 시장에서의 자유시간엔 친구들과 어울려 음식도 먹고, 작은 소품을 사면서 가족들을 위한 선물, 꼭 선물을 주고픈 사람들 것도 구입하는 모습들, 유채꽃밭에서는 꽃처럼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게 다였다. 하루 일정이 끝났을 때 목이 쉬거나, 감정이 불안하거나,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청소년· 청년들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고 또 그렇게 살 수 있는 하느님의 귀한 자녀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를 본 학생들은 이렇게 먼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글 _ 박우곤 알렉시우스(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기, 안드레아여행사 성지순례 프로그램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