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떤 부활을 맞이했나요?

(가톨릭신문)

길었던 사순 시기가 끝나고 맞이한 주님 부활.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매년 단식, 절제, 희생을 실천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사순을 보냈다. 


사순 제2주일에 만난 수원교구 호매실동본당 청년들은 신자들의 망가진 묵주를 수리하며 사순 시기를 보냈다. 색이 바래고 줄이 끊어진 묵주는 생명이 다한 것으로 보였지만 청년들의 손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청년들의 배려는 묵주 안에 켜켜이 쌓여있던 신자의 추억을 되살려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작은 비즈를 하나하나 꿰는 까다로운 작업에도 청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완성된 묵주를 받게 될 신자들의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순 제5주일 수원교구 상현동본당 신자들은 빈 달걀에 생명을 불어넣는 알공예를 함께하며 부활을 준비했다. 작은 달걀에 그림을 오려 붙여야 하는 섬세한 작업. 눈이 침침해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 신자들은 몇 번이고 가위를 내려놨다 다시 들어가며 3시간 만에 알공예를 완성했다. 


“주임 신부님과 봉사자들이 신경 써서 준비해 주신 프로그램인데 힘들어도 열심히 해봐야죠.”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자들은 완벽한 작품의 완성보다는 그곳에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그 시간을 값지게 보내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호매실동본당은 망가진 묵주를, 상현동본당은 속이 빈 달걀을 쓸모 있게 만드는 작업을 교우들과 함께 완성하며 사순시기를 보냈다. 쓸모를 다한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 ‘우리’가 더해지자 기쁨이 커졌다. 부활을 기다리는 설렘도 배가 됐다. 


함께여서 더욱 행복했던 사람들을 만났던 사순시기. 그 끝에 마주한 올해 부활은 함께 기다리고 준비한 사람들 속에서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