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왜관의 주한 미군 부대 ‘캠프 캐롤’에서 10년째 채플(chapel·경당) 반주를 맡고 있는 이보희(엘리사벳·대구대교구 왜관 석전본당) 씨. 가톨릭 미사와 개신교 예배가 모두 이뤄지는 이곳에서 이 씨는 공동체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사랑을 세상 밖 봉사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씨가 미군 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본당 신자의 소개로 시작한 이 씨의 반주 활동은 주일 오전 개신교 예배, 오후 가톨릭 미사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곳 공동체에는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 문화가 없어요. 처음 온 낯선 이가 있으면 누구나 먼저 다가가 환대하고, 조금의 불편함 없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도록 따뜻한 온기를 심어주죠. 전례 중에 아이가 울거나 어르신이 기침해도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아요. 오히려 신부님께서 아이를 전례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귀하게 대접하죠. 그 관대한 모습에 신자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다양한 인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목 현장이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에 있는 만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 봉사자도 있다. 이 씨는 이곳에서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고. 새 부임지로 이동하는 이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반주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제가 이 공동체에서 위로받고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물이 스며들 듯 공동체의 따뜻함이 제 안에 들어와 저를 더 열린 마음으로 변화시켰죠.”
그의 내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외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5년 전부터 그는 독거노인 빨래 봉사와 무료급식소 봉사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21명의 청년과 함께 봉사단체 ‘청온’을 조직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복지관 청소부터 오지마을 이미용 봉사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 씨는 비록 종교는 없어도 봉사활동을 통해 복음적인 삶을 실천하는 동료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표현했다. 예수회 카를 라너(Karl Rahner·1904~1984) 신부가 처음 언급한 개념인 ‘익명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양심에 따르는 복음적인 삶을 사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저는 말로 하는 선교가 아닌, 삶으로 전하는 선교를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성당 가자’고 권하기보다는 봉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다음 일은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신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