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작은 행동의 힘
(가톨릭평화신문)
독일에서 시작된 ‘공유 냉장고’는 개방된 장소에 냉장고를 설치해 누구나 음식을 채워넣고 필요한 사람이 꺼내 쓸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적절히 운영될 경우 남는 음식을 필요한 이들에게 되돌려주면서 냉장고 대당 하루 약 10㎏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기후위기 심화 속에서 공유 냉장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월 28일 서울환경연합 주최로 진행된 다큐멘터리 ‘낭비미식회’ 상영회는 공유 냉장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체감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시민들은 상영회 후 열린 나눔 자리를 통해 다큐에서 소개한 공유 냉장고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사회적 신뢰’에 관한 것이었다. 냉장고를 설치한 사람이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믿고 운영·이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공유 냉장고를 설치했다가 이기적인 행동에 실망해 운영을 중단하거나, 이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수원에서 공유 냉장고를 운영해온 한 시민 역시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일부 이기적인 이용자들로 인해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을 뻔한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가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냉장고를 통해 만들어진 관계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놓인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한 직장인이 남긴 감사의 편지, 정기적으로 냉장고 음식을 이용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생일 케이크를 통째로 나눈 학생의 사례를 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냉장고 운영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례는 사회적 신뢰 회복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보여준다. 실제로 감사와 신뢰를 표현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속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작은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