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신부 평화칼럼] AI 전쟁과 암울한 인류의 미래
(가톨릭평화신문)
지금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경쟁 속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이 전쟁 판도를 좌우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AI)이 군사전략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AI 무기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이란 전쟁에서 AI의 활용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AI 전쟁은 인류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고 암울하게 만든다. 즉 AI 전쟁의 시작은 비극적인 인류의 미래와 세계 멸망을 연상케 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현실화일 수 있다.
AI 군사경쟁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묻다
최근 국제사회는 각국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 발발로 AI 기술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AI 전쟁은 이전의 전쟁과 달리, AI가 전장 상황을 실시간 분석하는 군사정보 시스템으로 활용됐다. AI를 활용한 정밀한 분석과 신속하고 파괴력 있는 대응으로서 드론 작전과 정밀타격 시스템은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이제 AI 전쟁은 더 이상 SF소설의 전쟁 시나리오나 미래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불행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AI 무기화와 전쟁이라는 현실에서 우리 교회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간 전쟁이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발생했을 때 AI가 전쟁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쟁의 모든 결정 과정을 인간의 숙고보다 기술적 판단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전쟁의 윤리적 책임을 수행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 생명과 존엄성의 가치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AI 알고리즘은 전술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전쟁의 도덕적 의미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한 AI가 군사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해 인간을 통제하고 파괴하는 힘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 스스로 인류를 디스토피아로 이끄는 것이다.
오늘날 각국은 AI 군사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는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끄는 기술의 가치에 공동관심을 두면서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및 각국은 AI 기술발전 위협에 대응하는 AI 기본법이나 규제조약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강조하는 EU AI Act, UNESCO/OECD/UN/G7 규범, 한국·중국·일본 AI 기본법 등이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각국의 AI 무기화와 AI 전쟁, 그 전쟁에 함께한 AI 기업들의 행동을 볼 때, AI 규제조약과 AI 기본법의 영향력은 절대 권력과 국가적 이익 앞에서 쉽게 상실될 수 있다고 추정된다.
교회는 하느님 창조의 선물을 지키는 파수꾼
2017년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제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혁명이 인류에게 미칠 위협을 예견하며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도 채 안되어 AI 전쟁이 발생했다. 아직 드론 외 ‘킬러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가 본격 등장하진 않았지만, AI 전쟁의 시작은 앞으로의 인류 평화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 창조의 선물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인간 중심적 기술·공동선 추구·윤리적 책임의 원칙들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어느 때보다도 크게 낼 필요가 있다. AI가 전쟁의 핵심이 될 때, AI는 인간을 통제하고 파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교회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실재가 아니라 인간을 돕는 도구임을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또 교회는 도덕적·윤리적 책임의 주체는 오직 하느님 창조적 모상인 인간에게 있으며, 어떤 기술도 인간 생명의 가치를 대신할 수 없음을 재차 선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