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태어난 날, 생일을 특별하게 여기고 기념합니다. 사람만이 아닙니다. 학교의 생일은 개교 기념일, 기관이나 단체의 생일은 설립 기념일로 부르며 해마다 챙기곤 하지요. 교회도 생일이 있습니다. 바로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의 감사송인 ‘성령 강림 감사송: 성령 강림의 신비’를 통해 “오늘 성령을 가득히 내려 주셨으며 성령께서는 새로 세워진 교회와 모든 민족들에게… 신앙을 고백하게 하셨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세워진 교회’는 라틴어 ‘nascentis Ecclesiae’를 옮긴 말로, 직역하면 ‘태어난 교회’입니다. 오늘, 즉 성령 강림 대축일에 교회가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오순절에 일어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사순 시기가 ‘40’을 의미하듯 오순절도 ‘50’을 뜻합니다. 파스카 축제를 지내고 50일 후에 열리는 이 오순절은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수확 감사제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부활하신 파스카 축제 뒤 오순절에 모인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내려오신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그래서 전례력에서도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내고 50일째가 되는 주일을 성령 강림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성령 강림 이전에는 교회가 없었다는 말일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계시던 그때는 교회가 아니었다는 건가요?
물론 교회는 예수님께서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은 교회를 “신비 안에서 이미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나라”라고 표현합니다.(3항) 예수님께서는 목자로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시고, 제자들을 뽑아 사명에 참여하게 하시는 등 모든 활동을 통해 교회를 준비하고 세우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구원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심으로써 교회가 태어났다고 설명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763~766항 참조)
하지만 교회의 탄생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성령 강림이 이뤄진 오순절에 “교회는 많은 사람 앞에 공공연히 나타나, 설교를 통하여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면서 “실제로 성령 강림 날부터 사도행전이 시작됐다”고 강조합니다.(「선교교령」 4항) 교회가 성령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성령 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탄생일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성부께 가까이 나아”갑니다.(「교회헌장」 4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는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성상 선교적”이라며 “예수님께서는 모든 민족에게 교회를 파견하시어 그들을 당신 제자로 삼도록 하셨다”고 강조합니다.(767항) 교회의 생일인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교회가 과연 ‘선교적’인지 돌아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