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7월 10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기획전 ‘방 하나의 세계’ 개막식을 열었다.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무료 전시회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봉사자들의 발자취를 모은 생활사 아카이브 전시다. 빈곤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공간을 주민 저마다의 고유한 ‘세계’로 재조명하며, 이들이 삶을 스스로 기록하고 증언하는 주체임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막식은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 윤병길(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 등 내빈 소개와 축사, 전시회 기획자와 참여 사진작가 소개, 동자동 주민 대표 인사말, 테이프커팅 순으로 진행됐다.
전시회를 기획한 한수지 큐레이터는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문장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도시 통계에는 남지 않는 하루의 리듬, 오래된 습관 같은 사소함 속에서 삶을 다시 성찰하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마주하는 것은 좁은 방 한 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일궈온 한 사람의 거대한 세계이며, 그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연고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한 할머니… 이웃에 계시며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주신 어르신의 선행을 기억에서 꺼낸다… 온기조차 조심스럽고 냄새로 가득한 통로였지만… 할머니께서 필요한 것을 말씀하시면 사다주시고, 세탁기도 돌려주시고, 빨래도 널어주시고 개어주시고, 사소한 일부터 수족이 되어주셨다. 쪽방촌의 좁은 문틈과 통로 사이로 흐르는 정, 어떤 선행보다 값진 진실하고 귀한 섬김의 따뜻한 사랑, 아무런 대가 없는 돌봄….”(봉사자 기록 <소리 없는 이웃 수호천사> 중)

전시장에는 주민과 봉사자가 함께 완성한 전시품 250여 점이 차려졌다. 구술 인터뷰 자료와 기록 사진, 김희정(데레사) 사진작가의 더미북 「열 한달의 기록」뿐 아니라 주민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들과 포토북 「쪽방기록」이 진열됐다. 주민 이승언 씨의 드로잉 등 일상 오브제와 함께,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로 생전 동자동 주민들의 동반자였던 고(故) 유경촌(티모테오) 주교의 사진, 묵주, 손편지 등 추모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동자동 주민 대표로 참석한 서동권 씨는 “극심한 치아 통증으로 수시로 통원하는 힘겨운 현실이지만, 이 고통을 아득히 뛰어넘는 희망을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회를 찾아주신 분들에게서 발견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구 주교는 축사에서 “우리는 때때로 가난을 숫자나 사회 문제로 바라보기 쉽지만, 작은 방 한 칸 안에도 한 사람의 존엄한 삶과 기억, 희망이 있다”라며 “그 신비를 함께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것 또한 우리의 신앙 행위일 것”이라고 전했다.
※후원계좌 우리 1005-502-645252 예금주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