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 중 제대 위에는 초를 밝혀 둡니다. 전례 봉사를 하는 분이라면 평일미사에는 양쪽에 하나씩, 주일미사나 대축일에는 양쪽에 2개나 3개씩 초가 올라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파스카 초(부활초)나 대림초 말고, 제대초만 7개가 올라가는 미사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미사 전례 안에서 초는 단순한 장식이나 조명이 아닙니다. “전례의 거행에는 창조(빛, 물, 불)와 인간 생활(씻음, 기름 바름, 빵을 나눔)과 구원의 역사(파스카 예식) 등에 관계되는 표징과 상징들이 포함”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89항) 빛을 밝히는 초는 무엇보다도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비추고 계심을 드러냅니다.
사실 초대교회부터 초가 전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엔 주로 저녁 기도 때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한 실질적인 이유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3세기부터 장례 때, 특히 순교자의 무덤에 초를 사용했습니다. 이어 4~5세기경에는 성인들의 유해와 예수님을 상징하는 형상들 앞에 초가 놓였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초는 세상의 빛이며 부활인 그리스도, 하느님의 현존, 기도, 선행, 봉헌, 희생, 사랑, 희망, 하느님의 은총 등의 상징으로 부각됐고 교회의 전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미사에 초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7세기경부터입니다. 「그레고리오 성무 집전서」에는 교황의 행렬에 앞서 각각 촛대를 든 7명이 들어왔고, 그 일곱 촛대가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제대 주변에 놓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11세기에는 제대 위에 초가 놓였습니다.
17세기 초반부터 미사에서 제대초 사용이 의무화되고 초의 수도 정해졌습니다. 일반 미사에는 2개, 장엄한 축일 미사에는 6개, 교구장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는 7개의 초가 사용됐다고 합니다. 7개의 초에는 “황금 등잔대가 일곱 개 있고, 그 등잔대 한가운데에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계셨습니다”(묵시 1, 12-13)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을 대변한다는 상징이 담겼고, 또 교구장 주교가 교회의 일곱 성사를 집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백성과 함께 거행하는 미사’의 준비사항으로 “모든 거행에서 제대 위나 곁에 적어도 두 개, 또는 주일이나 의무 축일 미사에서는 네 개나 여섯 개, 또는 교구장 주교가 집전한다면 일곱 개의 촛대에 촛불을 켜 놓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117항)
예수님의 빛을 드러내는 제대의 초는 또한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하신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빛을 받은 신자들이 세상 안에서 그 빛을 비추어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는 제대 위의 초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빛을 내 안에 잘 담아 보시면 어떨까요. 그 빛이 한 주간 생활 안에서도 은은히 빛나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