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주일에 만난 사람] 토종 씨앗 보존 앞장서는 ㈔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

(가톨릭신문)

한때 공기처럼 모든 생명을 위한 공공재로 여겨졌던 씨앗은 오늘날 거대 종자기업에서 구입해야 하는 상품이 됐다. 자가채종(自家採種), 즉 이듬해 심을 종자를 농민이 직접 받아 쓰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은 해마다 종자기업이 생산한 씨앗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씨앗뿐만 아니라 해당 품종에 맞는 비료와 농약, 나아가 유통까지 기업 중심의 농업 시스템에 의존하게 됐다. 기후위기와 전쟁, 석유 공급 중단 등으로 농업 위기가 닥치면 식량은 무기가 될 수 있고, 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닫고 토종 씨앗 보존에 앞장서 온 그리스도인이 있다. 사단법인 ‘토종씨드림’ 변현단(가타리나) 대표다. 변 대표는 “토종 씨앗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씨앗”이라며 “한 지역에서 해마다 심고 거두는 과정을 거치며 그 땅의 환경에 적응하고, 자식을 낳듯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경기 시흥에서 농사 공동체를 시작한 변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종자기업이 생산한 F1 교배종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종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농경 시대 때처럼 자가채종으로 계속 씨앗을 받아 쓰는 것이 토종 씨앗이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2008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토종연구회 등 여러 개인·단체와 뜻을 모아 전남 곡성에 비영리민간단체 토종씨드림을 설립했다.

변 대표는 20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며 1만 점 이상의 토종 씨앗을 발굴했다. 자급농과 영세농이 씨앗 증식을 위해 아껴왔던 씨앗들, 80~90대 할머니들이 그들의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대물림해서 받아 쓰던 씨앗을 찾아다녔다. 질 좋은 씨앗을 골라 받기 위해 농장 ‘은은가(隱誾家)’를 운영하며 매년 새로운 씨앗을 심고 정보를 정리해 도감을 펴내는 등 토종 종자와 농법에 관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토종씨드림 회원들에게 씨앗을 나눠 재배와 활용 방법을 알리고, 생태사도직 활동으로 직접 농사짓는 수녀들과도 연대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나눔으로 토종 씨앗이 소실되는 일을 막고자 고유한 이력을 매기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토종 씨앗을 지속해서 심고 보존하는 것과 함께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추만 해도 조선배추가 있고, 그 안에 서울배추와 개성배추, 의성배추 등 여러 품종이 있어요. 같은 작물이라도 모양과 색깔, 맛과 생육 특성이 저마다 다릅니다. 어느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기존 품종을 재배하기 어려워지더라도,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다른 품종을 선택하면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거죠.”

변 대표는 7월 15일 대구대교구청에서 ‘기후위기 시대,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그는 이번 강의를 계기로 신자들에게도 토종 씨앗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환경 문제는 모두 하느님 말씀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토종 씨앗에는 오랜 세월 생명을 이어 온 생태계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 땅의 생명을 지키고 전하기 위해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지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많은 신자분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문의 061-362-1864, seedream.org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