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섭의 건강칼럼] 하느님이 주신 병, 하지정맥류

(가톨릭평화신문)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창조론을 믿는다. 비록 진화론을 과학으로 배우는 현실이지만, “생물은 생물에서만 발생한다”는 법칙과 정교한 생체 구조만 보더라도 모든 생명체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음을 믿을 수밖에 없다. 각 생명체의 정교한 생체 구조는 우연한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며, 그 자체로 창조의 신비를 보여준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직립보행과 자유로운 두 팔을 허락하시어 문명을 발전시키게 하셨다. 다른 영장류와 달리 완전히 두 다리로만 걷는 직립보행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게 되며 이러한 자세로 인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다리가 심장과 가장 멀리, 그리고 신체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다리로 내려간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서 다시 심장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때 정맥혈의 역류를 막고 심장 쪽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정맥에는 판막이 존재하며, 판막의 기능 부전이 하지정맥류의 병인이 되고 있다.

또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다리의 정맥 혈류를 돕기 위해 종아리에 근육이 발달돼 있으며, 걸을 때마다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정맥혈을 심장으로 짜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종아리 근육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족보행하는 동물들은 종아리 근육이 발달되지 않았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다리 정맥혈의 심장 복귀가 인간보다는 쉽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서서 다니게 창조함으로써 여러 신체적인 장점을 가질 수 있었으나 아이러니하게 하지정맥류라는 질병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늘어난 정맥, 다리의 부종, 무게감, 쉬 피곤함, 야간 근육 경직 등 증상이 있고 적절한 치료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점 때문에 의학적으로 분명히 질병으로 분류돼 있다. 과연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이러한 질병을 주셨을까?’하는 질문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하지정맥류는 여성에서 30~40%, 남성에서 10~25%의 유병률을 나타내는 매우 흔한 질환이고 주로 오랜 기간 동안 앉거나 서서 일해왔던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하며, 만성이고 양성인 질환이다. 그동안은 치료의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치료 방법이 소개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게 되었으며, 많은 의료기관이 이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이 발생하고 악화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므로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의 결정은 증상의 유무와 중증도를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우선 위에 언급한 증상이 있을 경우 초음파 혈류 검사로 역류를 확인한 후 치료를 결정하는데, 하지 거상, 압박 스타킹 착용, 운동, 약물 복용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역류가 일어난 표재정맥을 절제하거나 레이저·고주파·경화제·접착제 등을 이용해 폐쇄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직립보행으로 얻어진 하지정맥류는 2000년도 전까지는 병으로 인지되지 못했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유병률이 높아졌다. 하느님께서 늘 인간에게 좋은 것만 주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할 때, 과연 이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걱정하는 우리의 태도가 맞는지 신앙인으로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는 관리가 우선 또는 병행되어야 하는 만성 질환이므로, 믿음과 여유를 가지고 치료에 임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