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서」 제3부 87~94항은 시노드 교회에서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핵심은 의사 결정을 단순한 행정 절차나 권한 행사의 문제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 공동체가 함께 식별하고 결정하며 실행하고 평가하는 교회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곧 시노드 교회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하느님 백성이 기도하고, 경청하고, 분석하고, 대화하고, 식별하고, 조언하면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87항) 시노달리타스는 사명을 위해 ‘식별하고, 합의에 이르며,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식별이 결여된 결정 과정은 시노드적 절차를 형식화할 위험이 있다.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하느님 백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교부 시대 이래 교회의 오랜 전통에 속한다.(88항) ‘주교’ 없이, 그리고 ‘사제들의 조언과 백성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니힐 시네(nihil sine)’ 논리는 권력 견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친교적 본성에 근거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노드 교회에서는 다양한 은사와 직무에 따른 ‘분화된 공동 책임성’이 강조된다.(89항)
의사 결정 과정은 식별·자문·협력을 통한 준비 단계와 관할 권위의 결정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둘은 경쟁하거나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열려 있고 상호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가능한 가장 폭넓은 합의를 추구한다. 또한 의사 결정은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결정의 실행과 평가까지 포함한다.(90항)
여기서 ‘자문’의 교회적 의미가 드러난다. 권위자는 자문을 진지하게 들어야 하며, 일치된 자문 결과와 다른 결정을 내리려면 우월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권위는 자신의 자의적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친교와 진리에 봉사하는 것이다.(91항) 이러한 교회적 결정 과정에서 자문과 결정 권한을 대립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 주교와 주교단, 로마 주교의 결정 권한은 양도될 수 없지만, 올바른 식별에서 나온 자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곧 교회의 결정은 모두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되, 사목적 권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92항) 그리하여 권위와 자문 참여자는 각각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권위자’는 자문 대상과 결정권자를 분명히 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자문 참여자’는 양심에 따라 진실하고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관할 권위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내린 결정에 대해서 ‘공동체’는 자신의 견해와 달라도 이를 존중하고 실행하며 평가에도 참여해야 한다.(93항)
「최종문서」는 이 모든 과정이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변화가 없다면 시노드 교회의 전망은 빛을 잃을 것이고, 시노드 여정에서 힘과 희망을 얻은 이들이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94항) 시노드 이행 단계를 맞이한 현재, 그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찾는 책임은 지역 교회에 있다. 한국교회의 시노드 이행 역시 이러한 구조가 본당과 교구 제도와 사목 실천을 얼마나 변화시키는가에 의해 검증될 것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