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의 창조시기 주제는 ‘살아있는 물’(에제 47,9)이었다. 이 주제를 살기 위해 우리 수도공동체는 34일간 다양한 물에 관해 묵상하며 분원별로 1시간씩 고리 성체조배를 하였다.
태중의 물부터 땀과 눈물, 샘물과 강과 바다, 물 부족과 홍수까지 매일 한 가지 물에 대해 기도하는 과정에서 물이 우리 인간 공동체와 결코 뗄 수 없음을 깨닫고 구체적 실천으로 보전하려는 노력을 다짐했다.
그래서였나보다. 데이터센터가 ‘전기·물 집어삼키는 하마’가 되고 있다는 기사(서울신문 2026년 8월 23일자)가 유독 걱정스레 다가왔다. 데이터센터란 수많은 서버와 저장장치를 모아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거대한 컴퓨터 건물을 말한다. 이것이 가동될 때 발생시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용량의 냉각수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에 따르면 100MW급 데이터센터 하나가 1일 20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6500가구의 하루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10년 뒤 물을 45배 더 쓰게 된다는 예보도 있다.(국민일보 2026년 8월 10일자) 미국엔 400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그중에서도 ‘세계 데이터센터의 수도’라 일컫는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에만 670곳 이상이 밀집해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같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AI 경쟁 각축전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확장이 가속화된 결과이다.
인류는 이제 데이터센터가 없다면 일상이 마비될 정도로 인터넷과 컴퓨터 문명에 의존해 있다. 지구촌 구성원 모두는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때문에 에너지와 물 부족이라는 딜레마 앞에 서게 되었다. 인간이 스스로 개발한 기술의 결과로 인간과 모든 피조물의 생존의 위험도 떠안게 되는 형국이다.
이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구절을 회칙 「찬미받으소서」 55항에서 만나게 된다. “지구 밖에서 이 세상을 관찰하는 이가 있다면 때로는 자기 파괴적으로 보이는 그러한 행동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8월 18일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42개 주에서 140여 건 이어졌다. 전기와 수도 요금 인상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인류의 자멸 행위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한 주민은 이런 피켓을 들고 있었다. ‘Water for people not data centers.’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물이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거시적으로는 전쟁에 사용되는 고도의 인공지능(AI) 무기들과 산업에서 사용되는 AI 기술들에 대한 제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시민들도 매일 사용하는 AI 기반 작업이나 인터넷,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을 현저히 줄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브리 프로필 사진이 유행하면서 사진을 애니메이션 감성 이미지로 바꾸는 일이 빈번하다. AI로 누구나 순식간에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물과 에너지만이 아니라 그림과 음악 예술가들의 자리를 위협한다. 인간의 창의성을 도태시키며 창의성을 부여한 창조주 하느님을 무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하느님과 피조물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생태영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재미있으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절제하는 것. 단지 기후위기 극복만이 아니라 인간이 창조된 모습을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 데이터 무제한 제공에 속기보다 데이터센터가 생존을 흔들 수 있음을 기억하고 ’클릭‘을 절제하는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취침 시간에 휴대폰을 문밖에 걸어둔다는 젊은 후배 수녀에게 큰절을 올리고 싶은 이유다.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서울 노틀담 피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