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새벽에 일을 하러 나간 7월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10살과 7살 자매가 숨졌다. 2월 26일 낮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는 방학 중 홀로 집에 있던 12살 여아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는 신장 투석으로 병원에, 어머니는 식당으로 출근한 상태였다. 2020년 9월에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동생이 숨지는 ‘인천 라면 형제’ 사건이 있었다. 사건 이후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공론화됐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내놨지만,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8월 8일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 수는 2만6180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1207곳 줄었다.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 감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아이를 낳아도 맡길 곳이 줄어드는 ‘저출생?돌봄 부족’의 악순환은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만 12세 이하 아동의 주거지 등에서 보호·양육을 제공하는 공공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8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돌봄서비스 지원 대상을 올해 12만 가구에서 2030년 14만5000가구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지자체들도 예산을 늘리고 지원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개신교계는 교회 유휴 공간을 돌봄·교육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회는 읍·면·동과 작은 마을까지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있고, 예배나 목회 활동이 없는 시간에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개신교계에서는 “교회는 유휴 공간과 인적 자원을 갖춘 만큼 돌봄에 최적”이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도 개신교계의 역할에 공감하며 제도적 장벽을 완화했다. 국토교통부는 1월 14일 국토교통부령 제1439호를 공표해 종교시설을 영유아·노인·장애인 돌봄 시설로 활용할 때, 용도 변경 심의를 생략하도록 하는 건축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법령 개정 이전에는 건축법상 별도 공간을 마련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로써 교회는 각 지자체의 승인만 있으면 종교시설을 활용한 돌봄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이번 개정에는 2022년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발족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가 큰 역할을 했다. 본부는 40만 명의 서명이 담긴 아동 돌봄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행복한 출생 든든한 미래’를 발족해 종교·지역사회·기업이 연계하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있다.
경상북도는 작년부터 예산 2억5000만 원을 투입해 도내 교회 18곳의 돌봄공동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청주 서남교회는 지하 유휴 공간을 키즈카페·스터디카페·공동육아 공간으로 확장했으며 현재 회원 2600명이 이용 중이다. 김포 두란노교회는 유치부실을 유아놀이학교로, 서울 은평구 광현교회는 미취학 아동 돌봄과 더불어 지역아동센터·청소년센터를 함께 운영한다.
가톨릭교회 역시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힘쓰고 있다. 일부 수도회에서는 자체 시설을 활용해 아동·청소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에서는 가정 해체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은 가정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돌봄 공간과 긴급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성당 건물의 유휴 공간을 개신교처럼 돌봄 거점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성당이 지역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장점을 살려, 유휴 공간을 돌봄·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