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교부들은 영지주의와 가현설 등 많은 이단에 맞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수호하고 정통 교의를 규정해 나갔다. 사도 교부들, 프레스코화, 1076년, 스바토슬라브.
이제 초세기 말부터 2세기 중엽까지 활동했던 ‘사도 교부 시대’를 마감하고, ‘호교 교부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호교 교부들을 만나기에 앞서 사도 교부들의 업적과 유산을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사도 교부들은 사도들의 직제자였거나 직·간접으로 가르침을 받고, 지역 교회 주교로 사목하면서 신앙 수호를 위해 저술 활동을 펼친 분들입니다.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스미르나의 성 폴리카르포 주교, 히에라폴리스의 성 파피아스 주교 등이 사도 교부를 대표하는 인물이죠.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 교회는 이미 지중해 연안을 통해 로마 제국의 많은 지역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당시 교회는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성찬례를 중심으로 친교를 이루며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습니다.(사도 2,42; 4,32 참조)
그러나 아직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이시고, 그리스도인 삶의 모범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규범 곧 ‘교의’(敎義)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교회의 일치를 흔드는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사도 교부들은 성경과 사도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상황과 문제들을 신앙의 빛으로 밝히고자 성령의 이끄심대로 충실하고 체계적으로 정통 신앙을 제시했습니다. 곧 성경과 사도 전승, 교도권의 증언으로 교회의 신앙과 가톨릭 교리를 선포하였습니다.
사도 교부들의 업적과 유산으로는 첫째,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그릇된 교의를 ‘이단’(α?ρεσιξ, 헤레시스)으로 단죄하였습니다. ‘이단’은 베드로의 둘째 서간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에 거짓 예언자들이 일어났던 것처럼, 여러분 가운데에도 거짓 교사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들은 파멸을 가져오는 이단을 끌어들이고, 심지어 자기들을 속량해 주신 주님을 부인하면서 파멸을 재촉하는 자들입니다.”(2베드 2,1)
당시 성행하던 대표적인 이단은 바로 ‘영지주의’였습니다. 지혜를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자들이었죠. 영지주의자들은 참하느님과 창조주를 구분하고, 인간의 죄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참인간이 아니라 지상 생활 동안 사람의 모습을 잠시 빌렸을 뿐이고 인간이 구원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희생 때문이 아니라 ‘깨달음’ 덕분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하나 강력한 이단은 ‘유다이즘’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기 전에 유다교 율법 전체를 먼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이들은 세례를 받은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할례를 강요하고, 유다교 율법이 금한 음식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스도 가현설’을 주장한 이단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였지요. 이에 신약 성경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는 자는 아무도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누가 여러분을 찾아가 이 가르침을 내놓지 않으면 그를 집에 받아들이지 말고 인사하지도 마십시오. 그에게 인사하는 사람은 그의 나쁜 행실에 동참하게 됩니다.”(2요한 1,7.9-11)
에페소와 페르가몬 교회에서 활동했던 ‘니콜라오스파’도 빼놓을 수 없는 이단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방탕하고 부도덕한 생활의 방편으로 악용하였지요.(유다 1,4 참조)
둘째, 사도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사도 교부들은 교회 내 남아 있는 유다이즘을 몰아내기 위해 하느님 중심보다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신앙을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육화’ 곧 참인간이신 하느님을 강조했고, 아버지 하느님을 드러내는 ‘주님’이라는 칭호를 ‘예수 그리스도’께 적용하였습니다. 또 하느님과 그리스도, 곧 아버지와 아들의 단일성을 강조하였고, ‘로고스’ 라는 이름을 부여하여 ‘육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중개자 역할을 드러냈습니다.
셋째, 사도 교부들은 성찬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일치시켰습니다. 당시 영지주의자들을 비롯한 이단 추종자들은 성찬례를 통해 오는 주님의 은총을 거부했습니다. 사도 교부들은 이들 이단에 맞서 성체가 우리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살임을 고백했습니다.
넷째, 사도 교부들은 기도를 멀리하는 이단들에 맞서 수덕 생활을 권고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을 본받아 성덕을 완성하기 위해 수덕 생활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도덕적인 완성 없이는 그리스도의 성덕을 본받을 수 없다고 가르쳤고, 부를 자랑하기보다 의로움을 드러내라고 권했습니다. 또한, 모든 죄를 멀리하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섯째, 사도 교부들은 교도권을 수호했습니다. 그들은 사도들과 그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된 복음 선포자들임을 선언하고, 교황의 수위권과 주교직, 교계제도와 평신도 지위를 규정하였습니다.
여섯째, 사도 교부들은 교회를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로 규정하였습니다. 이 신앙의 규범은 지금까지 믿을 교리로, 교회 일치의 바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