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문을 여니 ‘방 하나의 세계’, 소박한 물건에 깃든 삶을 만나다
(가톨릭평화신문)
동자동 주민 일상 기록부터
봉사자 300여 명의 시선
유경촌 주교 추모 공간 등 구성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가톨릭사랑평화의집(사무국장 윤병우 신부)이 10~19일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기획전을 개최한다.
2014년 문을 연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서울 한복판 고층빌딩 사이에 위치한 동자동(용산구)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식사와 물품은 물론이고 정서 지원까지 나선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하는 관심과 사랑을 통해 훼손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동자동 쪽방촌은 1960~1970년대의 경우 도시 하층 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이었고, 1980년대에는 투기 세력이 재개발을 목적으로 점령했던 지역이며, 1990년대에는 IMF 외환위기로 소외된 이들이 흡수되며 규모가 커졌다.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이 초기에는 알코올 치료 기관으로 출발한 이유다. 그러나 이들에게 알코올 치료보다 식사 지원이 시급함을 느꼈고, 이후 사회적 단절에 따른 각종 우울 및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 정서 지원 사업까지 맡게 됐다. 쪽방촌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깊게 들여다본 결과다.
현재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식사 지원을 받는 주민은 약 130명, 정서 지원은 18명, 이들과 동행하는 봉사자는 무려 300명 정도다. 쪽방촌에 거주민은 물론 그보다 많은 봉사자의 발길이 깃든 셈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은 ‘방 하나의 세계’다. 쪽방으로 불리는 매우 열악한 공간 안에 남겨진 사소한 물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존재의 삶과 시간, 타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스며있는지 바라본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방 하나의 이야기’에서는 인터뷰 음성, 생활 물품, 사진, 관심사와 취미에 관한 기록들을 통해 동자동 주민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2부 ‘방 하나의 시선’에서는 봉사자가 기록한 쪽방촌의 사계절 풍경과 주민들이 직접 일회용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안과 밖으로 나뉘었던 서로의 시선이 나란히 놓이는 공간을 조명한다.
3부 ‘방 하나의 기억’은 오랜 시간 동자동 주민들 곁을 지켜온 고 유경촌 주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생전 활동 모습과 봉사자들에게 남긴 편지, 선물한 묵주 등 여전히 스며있는 유 주교의 태도와 기억을 묵상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관계가 확대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참여와 후원을 안내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전시에 담긴 것들은 갑자기, 의도적으로 수집한 자료가 아니다. 선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선 봉사자들에게 서서히 빗장을 연 주민들이 기꺼이 보여준 방의 풍경, 오래 사용한 물건들, 습관과 말투, 관계 속에서 천천히 남겨진 흔적들이다.
4년째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윤병우 신부는 “그간 쪽방촌 거주민들의 육적인 굶주림은 많이 줄어든 반면 사회적인 단절과 고립으로 영적인 굶주림은 심화된 것 같다”며 “소외된 이들과 음식 및 물품을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소박한 나눔과 소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