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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가톨릭교리서
내용
- III. 평화의 보호
- 평화
- 2302 우리 주님께서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마태 5,21)는 계명을 상기시키심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요구하시며 살의를 품은 분노와 증오의 부도덕성을 고발하신다.
- 분노는 복수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의 악에 대해 복수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악습을 교정하고 정의의 선을 보존하기 위해서”66) 보상을 부과하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만일 분노로 해서 이웃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이웃을 죽이기를 원하기까지 한다면 이는 사랑을 크게 어기는 것이므로, 죽을죄에 해당된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22).
- 2303 의도적인 증오는 사랑에 어긋난다. 이웃에 대한 증오는 이웃이 잘못되기를 일부러 바랄 때 죄가 된다. 일부러 이웃이 심한 손해를 입기를 염원할 때, 이웃에 대한 증오는 중죄가 된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마태 5,44-45).
- 2304 인간 생명의 존중과 증진에는 평화가 필요하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도 아니고, 적대 세력들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선익 보호,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소통, 사람들과 민족의 존엄성 중시, 형제애의 끊임없는 실천 등이 없이는 평화는 지상에서 실현될 수 없다. 평화는 “질서의 고요함”67)이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사 32,17)이며 사랑의 결실이다.68)
- 2305 지상의 평화는 메시아이시며 “평화의 군왕”(이사 9,5)이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 열매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적개심을 없애셨고”(에페 2,16),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으며,69) 당신 교회를 인간과 인간이 하나 되고 또한 하느님과 인류가 하나 되는 일치의 성사로 세우셨다.70)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그리스도께서는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 하고 선언하신다.
- 2306 난폭하고 무자비한 행위를 포기하고,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취하는 방어 수단을 택하는 사람들은 복음의 사랑을 증언하는 이들이다. 여기에는 다만 타인과 사회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 사람들은 폭력에 의지하는 것이 파괴와 죽음을 포함하여, 대단히 큰 물질적 정신적 위험을 몰고 온다는 것을 정당하게 증언한다.71)
- 전쟁을 피함
- 2307 다섯째 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일부러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다.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교회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오랜 전쟁의 굴레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도록 모든 이가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72)
- 2308 모든 시민과 모든 위정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진력할 의무가 있다.
- 그러나 “전쟁의 위험이 있고 적절한 힘을 지닌 관할 국제 권위가 없는 동안에는, 참으로 평화 협상의 모든 방법을 다 써 본 정부들의 정당 방위권은 부정할 수 없다.”73)
- 2309 무력을 통한 정당방위에 대한 엄격한 조건들을 엄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이는 중대한 결정이므로 무력을 쓰는 정당방위는 도덕적 정당성의 엄중한 조건들을 따라야 한다. 이 결정은 아래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 -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며 확실해야 한다.
- -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들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 - 성공의 조건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 - 제거되어야 할 악보다 더 큰 악과 폐해가 무력 사용으로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판단에서 현대 무기의 파괴력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 이 조건들이 이른바 ‘정당한 전쟁’에 대한 교리에서 열거되는 전통적 요소들이다.
- 이 같은 도덕적 정당성의 조건들에 대한 평가는 공동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신중한 판단에 달렸다.
- 2310 이런 경우 공권력은 국민들에게 국가 방위에 필요한 의무를 부과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 군인 생활로 조국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역군이다. 이 임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그들은 참으로 국가의 공동선과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74)
- 2311 양심상의 이유로 무기 사용을 거부하며 다른 방법으로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공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75)
- 2312 교회와 인간 이성은 무력 충돌 중에도 도덕률은 영구히 유효하다는 것을 선언한다. “불행히도 전쟁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전쟁 그 자체로 적대 편의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76)
- 2313 비전투원과 부상병과 포로들을 존중하고 인간답게 대우해야 한다.
- 국제법과 그 원칙에 어긋나는 고의적 행동과 그것을 지시하는 명령들은 죄이다. 맹목적인 복종이라고 해도, 이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들은 무죄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민족이나 국민이나 소수 민족에 대한 집단 학살은 죽을죄로 단죄되어야 한다. “종족 말살”의 명령에는 항거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 2314 “도시 전체나 광범한 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다.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받아야 한다.”77) 현대전의 위험은 과학 무기, 특히 원자 무기, 생물학 무기 또는 화학 무기의 보유자들에게 이러한 범죄 행위를 저지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 2315 많은 사람들은 무기의 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들 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 같은 전쟁 억제 수단과 관련하여 막중한 도덕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78)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
- 2316 무기의 생산과 거래는 국가들과 국제 공동체의 공동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공권력은 이를 규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단기적 이윤 추구가 국가들 사이에서 폭력과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기도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 2317 개인들과 국가들 사이에 만연된 불의와, 경제 사회 분야의 지나친 불공정과 불평등, 시기, 불신과 교만은 끊임없이 평화를 위협하며 전쟁의 원인이 된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평화를 이룩하고 전쟁을 피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 인간은 죄인이므로, 전쟁의 위험이 인간을 위협하고 또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러하겠지만, 인간이 사랑으로 결합되어 죄를 극복하는 그만큼 폭력도 극복할 것이다. 그때에 성경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다. “백성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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